대형마트·냉동창고·골프연습장…버스터미널, 중심상가로 거듭난다

입력 2023-07-03 18:38   수정 2023-07-04 01:06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온라인 유통회사 컬리는 2019년 버스터미널의 일부를 냉동창고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주요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전국 터미널을 활용하면 새벽배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 역시 늘고 있는 버스터미널 공실을 줄이는 ‘묘책’이라고 반겼다.

협회와 컬리는 전국 지도를 펼쳐가며 수개월 동안 협의한 끝에 전국 터미널 300여 개 중 50개를 활용하는 데 합의했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터미널 입점 가능 시설을 규정한 현행법상 냉동창고는 터미널 입점 불허 시설이었다.
물류·상업시설 거점으로 변모하나

정부가 고사 위기에 놓인 버스터미널 살리기에 나섰다. 이대로 두면 경영 악화로 대다수의 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구 감소뿐 아니라 철도 등 대체 수단 확대로 위기에 처한 구조적 문제를 규제 완화로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은 버스터미널 안에 입점할 수 있는 시설과 입점할 수 없는 시설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입점 불가 업종은 골프연습장 노래연습장 창고 물류터미널 대형마트 세차장 숙박시설 종교집회장 의료시설 학원 동물병원 등이다. 입점 가능한 업종은 식당 편의점 커피숍 약국 등으로 제한돼 있다. 현행 규제 아래서는 공실이 늘어나는 지방 터미널의 폐업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해당 규칙 33조(자동차정류장의 구조 및 설치기준)를 손봐 입점할 수 있는 업종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업계도 국토부의 규제 완화가 폐업 위기에 놓인 지방 터미널의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 요지에 있는 버스터미널의 장점을 적극 살린다면 날로 확장하는 e커머스의 새로운 물류거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다. 컬리, 쿠팡 등의 콜드체인(냉장·냉동시설을 갖춘 첨단물류센터) 구축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화물 운송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18조에 따라 지금도 가능하지만 이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 등이 부족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정훈 협회 사무국장은 “경남 통영에서 서울로 보내는 수산물을 따로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냉동·냉장창고 등에 보관할 수 있게 되면 보다 효율적인 물류 운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규모 공간이 필요한 요양원이나 병원 입지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여객터미널이 사양산업으로 가고 있는데 물류창고 등이 들어온다면 영업손실을 보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산세·취득세 25% 감면도 추진
재정난에 빠진 터미널 운영주에 대한 지원 방안도 추진된다. 여객터미널협회에 따르면 전국 터미널 307곳 중 281곳이 영세 업체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공시지가 상승 등으로 매년 재산세 부담은 커지는데 이용객은 줄어 터미널 대부분이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적자 보전을 위해 정우택 국회 부의장(국민의힘)은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달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터미널 사업주의 부동산 재산세 25%를 2026년 12월 31일까지 경감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터미널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엔 사업자 취득세의 25%를 같은 기간까지 감면해준다. 정 부의장은 “시내버스와 택시 운송 사업자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취득세를 감면받지만 터미널 운영자는 어떤 세금도 감면받지 못한다”며 “버스터미널이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조세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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